F. 빛과 피부의 상호작용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것은 태양 빛이나 다른 광원에서 기원한 빛이 물체에 부딪히며 반사 또는 산란하여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렇듯 물체에 부딪힌 빛의 일부는 그대로 투과하기도 하고 일부는 원래 빛의 경로와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는 산란 또는 반사 현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일부는 물질에 흡수되어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된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은 물체와 빛의 상호작용을 거시적인 측면에서 볼 때 드러나는 현상이다.
빛이 피부에 닿은 순간도 역시 반사, 산란, 투과, 흡수의 네 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즉, 빛이 피부에 도달하면 일부는 표면에서 반사 및 산란하고, 일부는 조직 내에 침투하여 산란 및 흡수되며, 나머지는 조직을 투과한다. 피부표면에서 반사와 산란의 정도는 표면의 거칠기 정도와 굴절률 그리고 조사광선의 표면 입사각에 따라 달라지며, 조직 속으로의 침투 정도는 조직의 성분, 조사광선의 파장에 따라 변화한다.
그림 3-5-F-1. 빛의 투과, 흡수, 산란 혹은 반사 현상 |
(1) 반사
반사는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던 빛이 다른 물체의 표면에 부딪혀서 나아가던 방향을 반대로 바꾸는 현상을 말하며, 거의 대부분의 표면에서 빛은 반사된다. 이때 입사한 각도와 반사된 각도는 정확히 같은데, 이를 반사의 법칙이라고 한다. 또한, 표면에서 빛의 흡수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입사한 빛의 에너지도 100% 반사된다.
외부반사는 빛이 굴절률이 작은 물질(소한 매질)에서 굴절률이 큰 물질(밀한 매질) 방향으로 진행할 때 그 표면에서 반사되는 경우이며, 내부반사는 빛이 굴절률이 큰 물질(밀한 매질)에서 굴절률이 작은 물질(소한 매질) 방향으로 진행할 때 그 경계면에서 반사되는 경우이다. 내부반사는 입사광의 입사조건에 따라 전반사가 가능한데, 이러한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 바로 광섬유의 원리이다.
거울과 같이 매끈한 표면에서는 입사한 파면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반사되는데 이를 정반사라고 하며, 거친 표면에서는 입사한 파면의 왜곡이 일어나서 원래 입사된 파면의 정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이를 난반사라고 한다. 실제로는 오직 완벽하게 연마된 면만 거울반사에 가깝기 때문에 실제로는 모든 평면 반사면에서 어느 정도의 난반사가 생긴다.
피부의 제일 바깥층인 각질층에는 각질이 쌓인 언덕과 각질이 떨어져 나간 계곡 때문에 매끄럽지 못한 피부 상태로 빛의 난반사가 일어나 칙칙한 피부 상태를 보일 수 있으며, 이상적인 임상피부관리는 이러한 상태를 호전시켜 맑고 매끄러운 피부결을 유지하게 한다. 빛이 피부 내로 더 많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사광이 최대한 피부표면과 수직(입사각 0°)으로 조사되어야 하며, 표면은 산란을 줄이기 위해 매끄러워야 한다.
(2) 산란
산란은 빛이 물체와 충돌하여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 현상을 말하며, 충돌 전후에 운동 에너지의 변화가 없는 탄성 산란과 변화가 있는 비탄성 산란이 있다. 탄성 산란은 입자가 파장에 비해 충분히 작을 때 나타나는 레일리(Rayleigh)산란과 입자가 충분히 큰 경우에 나타나는 미(Mie)산란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가 되며 후자는 우유나 안개가 하얗게 보이는 이유가 된다.
산란은 입사하는 매질의 표면이 거칠수록, 파동이 진행하는 매질 내에 부딪힐 수 있는 입자가 많을수록 잘 일어나게 된다. 또한, 단위시간 당 움직이는 거리가 많을수록 잘 일어나므로, 파장이 짧은 경우 단위시간에 더 많이 움직이면서 더 많은 입자와 부딪혀 산란이 잘 된다. 산란이 되면 피부를 투과하는 깊이가 더 짧아지게 되므로 짧은 파장의 빛일수록 깊게 투과하지 못하게 된다. 즉, 레이저의 침투력은 파장에 비례하여, 파장이 길면 길수록 조직을 더 깊이 침투한다. 파장이 짧으면 짧을수록 더 많이 산란한다는 것이다.
(3) 흡수
흡수는 전자기파나 입자선이 물질 속을 통과할 때 에너지나 입자가 물질에 빨려들어 그 세기나 입자 수가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흡수된 빛에너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변환된다. 일반적으로 열에너지 형태로 변환되는 광열반응 외에 광물리반응, 광화학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양자역학에 의한 발색이론의 발전으로 물질에 따른 빛의 선택흡수의 본질이 해명되어 발색단(chromophore)은 빛을 흡수하는 원자 또는 원자단을 이르는 말로서, 레이저와 관련하여 발색단은 '빛을 흡수하는 피부 구성성분'으로 이해될 수 있다. 피부에서 빛을 흡수하는 발색단은 물, 헤모글로빈, 멜라닌, DNA, RNA, 단백질(콜라겐, 엘라스틴), 지방, 카로틴, 문신색소 등이다. 각각의 발색단은 특정 파장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데, 특정 발색단에 선택적으로 잘 흡수되는 파장의 레이저빔을 조사하면 산란은 최소로 되고 흡수는 최대로 되어 조직에 열 손상을 가져오게 된다.
(4) 투과
투과는 빛이 물질의 내부를 통과하는 현상을 말한다. 투과되는 빛의 양은 결국 반사, 산란, 흡수되지 않고 남은 빛의 양이 될 것이다. 조직에 빛이 깊이 투과되도록 하려면, 입사광이 최대한 피부 표면에서 수직이 되도록 하는 것이 좋으며 표면은 산란을 줄이기 위해 매끄러워야 한다. 파장이 짧으면 산란이 많아져서 깊게 들어갈 수 없다. 또한, 투과 도중 특정 발색단에 흡수되어 버리면 깊게 투과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대개 파장이 길수록 깊이 투과되므로 가시광선보다는 근적외선이 생체 분자에 반응하지 않고 조직 깊숙이 침투할 수 있어 광학 생체영상이나 조직 깊숙한 부위에 열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하지만 물에 흡수되는 영역이 많은 1,300nm 이후부터는 흡수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깊이 투과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물에 흡수가 잘되는 파장의 적외선을 이용한 어븀야그(2,940nm)레이저나 CO₂(10,600nm)레이저가 오히려 투과 깊이가 얕으므로, 깊은 조직에는 화상을 입히지 않고 피부 표면에서 원하는 조직만을 증발시켜 태워 없앨 수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2020.
3. 석현정, 최철희, 박용근. 빛의 공학: 색채 공학으로 밝히는 빛의 비밀. 사이언스북스 2013: 26-47, 191.
4. 이치원. 이해하기 쉬운 광학과 레이저 그 원리와 이용. 공주대학교출판부 2011: 20-48.
*1. Hecht E. Optics. 4th Edition. Pearson Education 2002: 112-23.
*2. Pedrotti FL, Pedrotti LS, Pedrotti LM. Introduction to optics. 3rd Edition. Addison-Wesley 2007: 29.
*3. Tunér J, Hode L. Laser Therapy Clinical Practice & Scientific Background. Prima Books 2002: 29-30.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