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에 의한 알레르기접촉피부염
청주 메어리벳의원 의학박사 정종영
1751년 스웨덴의 광물학자 A.F. 크론스테트가 니콜라이트에서 발견하여, 당시에 ‘악마의 구리(Kupfernickel)’로 불리던 이 광석의 이름에서 따서 니켈(Nickel)이라 명명하였다. 원소기호 Ni, 원자번호 28, 원자량 58.70 이다. 니켈은 은백색의 금속으로 광택이 나고 내구성이 강하며 단단하고 신전성이 좋아 합금이나 도금용으로 많이 쓰이므로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금속제품에 많이 함유되어 있어 감작될 기회가 아주 많은 물질이다.
니켈은 스테인레스스틸의 주성분이며, 우리가 사용하는 시계, 귀걸이, 목걸이, 안경, 핸드폰 등의 장신구나 생활용품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니켈은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의 가장 흔한 원인 중의 하나로서, 다른 모든 금속들에 의한 알레르기를 합한 것보다 니켈알레르기가 더 많은 빈도를 나타내며, 직업유발성 알레르기접촉피부염중에서도 매우 높은 순위에 있다. 니켈 알레르기는 어느 연령에서나 생길 수 있고, 한번 생기면 몇 년간 지속될 수 있으며, 평생 지속되는 수도 있다. 전체적인 발생빈도는 여성에게 더 많으며, 특히 젊은 시절 귀에 구멍을 뚫어 귀걸이를 하는 것이 니켈 민감화 증가에 중요한 문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니켈의 원광석이 생산되지 않는다고 하며, 따라서 고려나 이조말까지는 니켈 피부염도 없었다고 보여진다. 역사적으로 볼 때 니켈의 국내도입시기는 구한말로 추정되고 있다. 그 후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발달로 니켈 수입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1978년 유 등은 2예의 니켈피부염 환자를 보고하면서 우리나라의 니켈 피부염 빈도는 외국에 비해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될 뿐만 아니라 임상적으로 니켈 피부염은 아토피성 피부염, 화폐상 습진, 울혈성 습진 등의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또한 비록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니켈에 접촉하는 부위 이외의 부위로 전파되기도 하여 임상에서 흔히 오진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우려한 바 있다.
니켈에 의한 피부염은 여성에게 있어서는 귀걸이, 목걸이, 시계, 팔찌, 블래지어 클립, 청바지 단추 등 주로 몸에 착용하는 물건에 의해 생기게 되고, 남성에서는 도금, 인쇄기계 또는 금속기구 등 직업적인 노출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자주 발생되는 부위로는 여성은 일상생활에서 금속과 접하기 쉬운 부위, 즉 귓볼(귀걸이), 목 뒤(목걸이), 손목(시계나 팔찌), 서스펜더나 블래지어 클립이 닿는 부위 등이며 남자에게 있어서는 60%에서 손에 처음 병변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병변부위는 아주 심한 소양증으로 인해 붉어지고 물집이 생기거나 진물이 나며(급성기), 피부가 건조해지고 인설이 생기며(아급성기), 두꺼워지거나 착색이 되는(만성기) 경우가 많다.
니켈에 의한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어느나라 못지 않게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내의 보고는 많지 않으며, 보고된 국내의 문헌으로는 1980년 황 등의 Nickel Sulfate에 의한 주부습진, 1981년 은에 의한 침(acupunture needle), 1984년 박 등에 의한 금속안경테, 1990년 이 등에 의한 지하수, 2006년 김 등에 의한 휴대전화의 니켈에 의한 알레르기접촉피부염 발생 보고이며, 2008년 Kim 등은 니켈에 알레르기가 있는 31세 동맥관 개존(Patent dutus arteriosus, PDA) 여성 환자에게 니켈함유 Amplatzer ductal occluder(ADO)를 이용한 percutaneous transcatheter closure 시술후 발생한 알레르기접촉피부염 1예, 2008년 필자가 청바지 금속단추에 함유된 니켈에 의한 알레르기접촉피부염 1예를 보고한 바 있다.
유럽과 미국의 접촉성피부염 환자에서 실시한 기본표준첩포검사에서 니켈은 10% 내외의 양성율을 차지하는 중요한 물질로 일단 피부염을 유발하면 예후가 좋지 않다. 접촉피부염의 원인 항원의 종류와 빈도 등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할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역학적 연구를 지속하여 왔다.
1970년대에는 PPDA가 가장 흔한 원인항원이었으며, 1983년~1985년 까지 1차 공동연구 결과 1980년대 초반의 가장 흔한 원인항원은 ammonated mercury였고, 1986년~1993년까지의 2차 공동연구에서는 1980년대 중후반 및 1990년대 초반까지 nickel sulphate 가 가장 흔한 원인항원으로 보고되었다. 2007년 이 등이 최근 7년(2000년~2006년)간 접촉피부염 환자에서의 첩포검사 결과를 보고한 바에 의하면, 최근 양성률이 높아진 항원은 nickel sulphate, PPD, neomycin sulfate 등이고 potassium dichromate, cobalt chloride, formaldehyde, fragrance mix, mercury ammonium chloride, colophony 등의 양성률은 감소한 경향을 보였다.
특히 nickel sulfate에 대한 눈에 띄는 반응의 증가는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른 악세서리 등의 다양한 금속장신구 착용의 증가, 귀를 뚫거나 악세서리 착용 연령이 낮아지는 것, 핸드폰 사용 증가 등에 기인한다고 하였다.
니켈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의 진단은 니켈의 접촉부위에 발생하는 특징적인 임상소견과 2-5% Nickel sulfate의 첩포시험으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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