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접촉피부염의 원인과 발병기전
청주 메어리벳의원 의학박사 정종영
청주 메어리벳의원 의학박사 정종영
금속 시계줄에 의한 알레르기접촉피부염 |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은 전형적인 지연형 과민반응, 즉 제4형 면역반응이다. 항체에 의해 매개되는 즉시형 과민반응(제1형)과 달리 지연형 과민반응은 특이항원을 인식하는 T 림프구에 의해 일어난다.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을 유발하는 물질(알레르겐 또는 항원)은 화학물질로서 니켈, 크롬, 코발트 등과 같은 단순한 원소도 있지만, 대부분은 유기화합물이다. 각질층을 쉽게 통과할 수 있는 저분자량의 물질이며, 대개 분자량이 600 이상인 물질들은 피부 침투가 용이하지 않아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을 일으키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후천성이며, 항원에 접촉되어 감작이 된 후 재접촉 시에 증상이 유발된다. 집단에서 높은 비율로 감작이 되어 있는 항원도 있을 수 있지만, 보통 접촉성 피부염의 알레르기 항원은 노출된 것에 비하여 소수에서만 감작을 일으킨다. 발생 인자는 유전적 소인, 항원의 농도, 노출 시간, 피부 부위에 따른 통과성의 정도, 면역적 내성 등이 관계하며, 대개 전신적으로 나타나지만 국소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의 발병 기전은 크게 감작기(sensitization phase)와 유발기(elicitation phase)로 나눌 수 있다.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을 일으키는 물질은 단순 화학물질인 hapten으로, 이는 침투 후 표피에서 매개 단백과 결합하여야 완전한 항원으로 작용하므로 T세포에 항원을 전달시키는 랑게르한스세포와 접촉한다. 항원에 접촉된 T세포는 주위의 림프절에 핵분열하고, 이 중 일부 세포가 기억세포(memory T cell)로 남게되는데, 이 과정을 감작기라고 한다. 항원성이 강한 것은 짧은 시간 내에도 감작이 일어나지만 보통은 수개월 내지 장기간의 접촉이 필요하다. 일단 감작이 된 사람에서 재차 항원이 피부로 침투하면 기억세포가 이를 감지하고 여러 화학매체를 분비하여 염증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 과정을 유발기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은 감작된 상태에서 항원에 노출된후 12~48시간 내에 발생되며, 3~4주간 지속된다.
(1) 감작기(Sensitization Phase)
알레르겐(allergen)은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보통 저분자량(low molecular weight), 지용성(lipid soluble), 고반응성(highly reactive)의 화학물질(chemical)이며, 이처럼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을 일으키는 단순화학물질로서의 알레르겐을 더 정확히 합텐(hapten)이라고 부른다. 합텐이 피부의 각질층에 접촉된 후, 표피의 하층으로 침투하면 포음(pinocytosis) 등의 과정에 의해 랑게르한스세포(Langerhans' cell)가 흡수하게 된다. 세포 내에서 효소(lysosomal or cytosolic enzymes)는 화학적으로 합텐을 변화시켜, 완전한 항원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새롭게 합성된 HLA-DR 분자와 결합되어 지며, 이 복합체는 랑게르한스세포의 표면 위에 나타난다.
랑게르한스세포는 골수에서 유래한 백혈구로 T 림프구에 항원을 전달하는 가지세포(dendritic cell, DC)이다. 표피세포의 2~8%를 차지하며, 피부 부위에 따라 세포의 수가 다른데 머리, 얼굴, 목, 체간, 팔, 다리에는 600~1,000/mm² 정도이고 손바닥, 발바닥, 입 안, 성기 부위 등에는 그 수가 감소되어 있다. 표피 내에서 증식하는 능력이 있으며 세포 주기는 16일로 추정하고 있다. 자외선 등으로 표피에 염증 반응이 있을 때에는 골수에서 재생되지만, 염증이 없는 일상적인 상태에서는 골수에서 만들어진 랑게르한스세포의 전구세포가 피부에 존재하다가, 표피로 재생되어 올라가고 이 전구세포는 아마 진피의 단핵구(monocyte)일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진피는 표피로 향하는 미성숙 랑게르한스세포의 통로가 되는데, 진피가지세포(Dermal dendritic cell, DDC)는 진피에서 항원제시세포(Antigen presenting cell, APC)의 역할을 하는 세포군으로 다양한 아형이 존재한다. 진피가지세포의 일부 아형은 진피에 머물다가 표피의 랑게르한스세포가 항원을 포식하여 림프절로 이동할 때 이를 보충하는 공급원으로의 역할을 한다.
정상 표피에서 랑게르한스세포는 미성숙 상태에 있으며, 각질형성세포와 결합할 수 있는 E-cadherin을 형성하여 각질형성세포와 유착되어 있는데, TGF- β가 랑게르한스세포의 성숙과 표피로부터의 이주를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랑게르한스세포의 가장 중요한 생물학적 임무는 항원을 포식하고 처리하여 면역 반응을 시동하는 것이다. 휴식 또는 미성숙 상태일 때는 T 세포를 거의 자극할 수 없지만 피부가 항원에 노출되면 각질형성세포에서 랑게르한스세포를 활성화 상태로 성숙시키기 위한 사이토카인(cytokine)을 분비하게 되며, 비로서 랑게르한스 세포가 T 세포를 자극하게 된다. 이러한 활성화는 랑게르한스 세포의 표현형을 변화시켜 몇몇 사이토카인의 분비와 여러 세포표면분자들의 출현을 조절하게 된다. 예컨대 MHC Class I & II, ICAM-1, LFA-3 등이다.
이 과정의 다음 단계는 랑게르한스세포의 HLA-DR을 인식하는 CD4 분자와, HLA-DR에 결합된 항원을 인식하는 T-cell receptor-CD3 복합체를 함께 발현하는 특이 helper T 세포에 대한 HLA-DR-antigen 복합체의 상호작용이다. 항원이 MHC Class I & II 와 항원복합체를 이루어 이 과정이 이루어진다는 몇몇 증거도 있으며 이러한 경우에는 CD8 세포에 의해 인식되어 질 것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피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랑게르한스세포가 주위 림프절(regional lymph node)로 이동하여 특이 T 세포에 항원, 즉 HLA-DR-antigen 복합체를 전달하게 된다.
일단 항원에 대한 인식이 일어나면 항게르한스세포와 T 세포는 활성화되고, 일련의 사이토카인이 두 세포에 의해 합성되어 진다. T 세포내에서 이 메시지는 CD3 분자를 통해 전달되며, 랑게르한스세포는 IL-1을 분비하며 이것은 IL-2를 분비하고 IL-2 receptor를 발현하도록 T 세포를 자극한다. 이 사이토카인이 T 세포 증식에의 자극을 유도하여 항원에 반응할 수 있는 특이 T 세포 클론(clone) 의 증식을 가져온다. specific T-cell receptor를 가진 기존 세포수와 비교하여 memory T 세포수가 매우 많이 팽창하면서 림프절을 떠나 온몸을 순환하게 된다. 이렇게 감작이 되면(sensitized), 순환하는 T 세포가 항원과 다시 만나는 경우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2) 유발기(Elicitation Phase)
지연형 과민반응의 유발은 항원에의 재노출로 일어난다. 다시 한 번 합텐이 랑게르한스세포에 확산되면 그것이 흡수되어 화학적으로 변화된 후 HLA-DR에 결합되고 이 복합체는 랑게르한스세포의 표면 위에 나타난다. 이 복합체는 피부나 림프절의 memory T 세포와 상호반응하여 활성화 과정이 일어난다. 피부에서 상호작용은 다른 세포들의 존재로 더욱 복잡한데, 랑게르한스세포는 IL-1을 분비하고 이는 IL-2를 생산하며 IL-2R을 발현하기 위해 T 세포를 자극한다. 다시한번 이것은 피부 내에서 T 세포수의 증가와 팽창을 가져온다. 부수적으로, 활성화된 T 세포는 IFN-γ를 분비하고 이는 각질형성세포를 활성화시켜 ICAM-1과 HLA-DR의 발현을 가져온다.
ICAM-1 분자는 각질형성세포가 LFA-1 분자를 발현하는 T 세포 및 다른 백혈구와 함께 상호작용을 하게 해주며 HLA-DR의 발현은 각질형성세포에 대해 CD4-bearing T cells과 직접 상호작용을 하게 하고, 항원에 대해 이러한 세포들이 잘 접근하도록하는 역할을 하며, 부가적으로 각질형성세포를 cytotoxic T cells에 대한 표적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활성화된 각질형성세포는 IL-1, IL-6, GM-CSF와 같은 사이토카인을 생산하여 T 세포의 연관과 활성화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
더불어 IL-1은 각질형성세포를 자극하여 eicosanoid를 생산할 수 있게 하는데, 사이토카인과 eicosanoid는 비만세포와 대식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한다. 비만세포에서 분비되는 히스타민과 비만세포, 각질형성세포 및 침윤된 백혈구로 부터의 eicosanoids는 혈관확장과 혈관 투과성의 증가시켜, 결국 염증반응을 일으키며, 국소조직의 파괴 및 부종이 심해지면 이차적으로 염증세포들의 재이동이 뒤따르게 된다.
하지만 특정항원이 지연형 과민반응을 일으켜 실제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을 발생시킴에 있어서 몇가지 인자의 영향을 받는다. 즉, 항원에의 반복적 노출은 감작기와 유발기로 이어지는지연형 과민반응을 가져오지만, 부가적으로 suppressor pathway의 활성화를 또한 초래한다. 항원에의 노출이 피부염을 유발할지, 유발하지 않을지에 대한 결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작(sensitization)과 억제(suppression)의 균형에는 많은 인자가 관여하는 것이다. 예컨대, 항원에 첫 노출 시 고농도 항원의 투여는 specific suppressor T cells을 발생시키며, 피부 이외의 신체부위(경구 또는 혈관)를 통한 항원에의 노출 또한 specific suppressor T cells의 발생을 가져온다. 이러한 반응은 랑게르한스세포를 통하지 않은 항원에 대한 T 세포의 노출 때문이다. 특히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접촉항원에 대한 감작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것과 같이, 면역반응이 잘조절되지 않는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과정들이 나타나기도 하며 이러한 효과는 아마도 T 세포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특정 항원이 지연형 과민반응을 일으킬지 혹은 면역관용이나 T 세포 무반응을 일으킬지는 유전자의 상태, 항원의 농도, 항원제시세포의 종류와 밀도, 항원제시세포의 성숙도, 사이토카인의 여건 등에 영향을 받는다. 만약 비전문적인 항원제시세포에 의하거나, 성숙도가 낮은 항원제시세포에 의하거나, 항원의 농도나 랑게르한스세포의 밀도가 낮은 경우 등에서는 면역관용이나 T 세포의 무반응이 초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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