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레이저 매질(Laser medium)
사진 3-6-C-3. 고체 매질의 예 |
레이저를 발진시키는 데 필요한 물질을 레이저 매질(laser medium), 능동 매질(active medium), 이득 매질(gain medium), 레이저 발생 매질(lasing medium) 또는 레이저 물질(laser material) 등으로 부른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레이저의 이름은 사용된 레이저 매질의 구성물에 따라 그 이름을 붙이고 있다. 레이저 작동에 사용되는 기체, 액체, 고체 등과 같은 레이저 매질의 에너지 준위들은 레이저 복사의 파장을 결정하게 되며, 레이저 매질의 폭넓은 선택 덕분에 레이저 파장들은 자외선에서 적외선 영역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레이저 작동은 기체에서만 원소의 절반 이상에서 관찰되었고, 천 개 이상의 전이가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소수의 레이저만이 의료용으로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레이저 매질은 공급되는 에너지를 밀도반전이라는 형태로 보존하게 된다. 만약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한 개의 광자가 들뜬 상태의 원자들이 많은 전자기장에 들어가게 되면, 원자를 자극하여 첫 번째 광자와 동일한 에너지를 가진 똑같은 광자를 방출하게 된다. 첫 번째 광자와 두 번째 광자는 다시 레이저 매질 내에 있는 들뜬 상태의 다른 원자를 자극하여 저장된 에너지를 잇달아 방출하게 되며, 이러한 복사의 유도방출로 인해 동일한 광자에너지를 갖는 여러 개의 광자들이 만들어지는 연쇄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소위 '빛의 눈사태'가 일어나게 된다. 모든 레이저는 매질의 구조에 따라 각각 하나의 고정된 파장을 가지며, 이는 파장의 범위가 넓은 다른 광원들과의 차이점이다.
자연방출과 유도방출
안정된 상태에 있는 분자나 원자들은 대체로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지 않지만, 외부에서 에너지를 가하게 되면 그 결과 원자나 분자의 내부 에너지가 증가하므로 자체 평형이 깨어지는 상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다시 스스로 안정된 상태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바로 이때 에너지의 복사가 이루어지는데, 이처럼 에너지를 흡수한 물질들이 안정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복사과정이 바로 자연방출(spontaneous emission) 및 유도방출(stimulated emission)이다.
그림 3-6-C-4. 2-준위 원자에서의 흡수와 방출과정 |
다시 말해 외부의 에너지를 흡수한 원자 내의 전자들은 기저상태에서 이보다 높은 에너지 준위 상태로 여기(또는 흡수)되어 높은 전자 상태가 되는데, 이렇게 전자를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올리는 과정을 펌핑이라고 한다. 이렇게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올라간 전자들은 확률적으로 불규칙하게 일정한 수명시간을 유지하며 그보다 낮은 상태로 천이(transition)되면서 새로운 광자를 방출하며, 이를 자연방출이라고 한다. 또 다른 복사과정은 들떠있는 전자 상태에 외부에서 다른 광자로 자극을 주어 천이를 유도함으로써 입사 광자와 비례하는 광자들을 방출토록 하는 유도방출이 있다. 유도방출에 의해 발생하는 광자들은 입사 광자와 파장, 진동수, 진행 방향 및 위상이 모두 맞아 있고 숫자도 많아지면서 증폭되는데, 이것이 바로 레이저 발진의 기본 원리이다.
레이저 준위(laser level)
일단 기저상태에서 상위 준위로 펌프 여기된 원자나 전자들은 그들의 수명시간 혹은 그보다 더 짧은 시간 동안 상위 준위 상태에서 머물고 나서 하위 준위로 천이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레이저 매질 내의 기저상태와 여기상태의 에너지 준위는 이보다 더 많이 존재하며, 따라서 2-준위 상태로는 레이저 동작에 기여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실제적으로 레이저 발진에 기여하는 에너지 준위는 대체로 3-준위 또는 4-준위 시스템으로 동작한다.
그림 3-6-C-5. 레이저 동작을 위한 3-준위 시스템과 4-준위 시스템 |
3-준위 시스템에서 E2 → E1 그리고 4-준위 시스템에서 E3 → E2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비복사 천이이며, 3준위에서 E1 → E0 천이와 4-준위에서 E2 → E1이 레이저 발진에 기여하는 천이과정이다. 특이 3-준위의 E1 그리고 4-준위의 E2 상태는 준안정상태(metastable state)라 하여 여기된 원자나 분자들의 평균수명이 오래 지속되는 준위로 이때의 원자나 분자들의 수가 하위 준위의 그것보다 많이 존재하는 이른바 밀도반전(population inversion) 상태가 이루어지고, 이들이 거의 동시에 하위 준위로 천이되면서 그 에너지 준위 차에 해당하는 고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이때 방출되는 레이저빔은 그 파장이나 진동수가 거의 맞아 있으며 동시에 증폭된 강도분포를 갖게 되는 것이다.
레이저 매질의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은 레이저 원자들의 에너지 준위 간 밀도반전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은 낮은 에너지 준위보다 높은 에너지 준위가 더 큰 밀도를 지니고 있게 되도록 펌핑(간혹 강력한 펌핑)을 함으로써 실현된다. 하지만 원자 에너지 준위들의 다양한 수명 차이 때문에 강력한 펌핑을 하더라도 적절한 자연방출 수명을 지닌 단지 몇몇의 에너지 짝들만이 밀도반전을 이루어 낼 수 있다.
레이저 매질의 분류
a. 액체 매질
사진 3-6-C-6. 585nm 다이레이저(PDL)의 액체 매질 |
사진 3-6-C-7. PDL 레이저 Dye 용액 교체 광경 |
다이레이저(PDL)의 매질은 용매에 녹인 유기형광 화합물로 액체이다. 주로 rhodamine, fluorescein, coumarin, stilbene, umbelliferone, tetracene, malachite green 등이 색소로 사용되며 water, glycol, ethanol, methanol, hexane, cyclohexane, cyclodextrin 등이 용매로 사용된다. 이들 색소는 제각기 가시광선대의 여러 파장을 강하게 흡수하여 여러 가지 색깔을 내므로, 색소를 선택하기에 따라 가시광선대에 속하는 다양한 파장의 레이저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다이레이저는 연속파나 펄스파로 방출되도록 제작할 수 있다. 연속파 다이레이저는 종종 다른 연속파 레이저를 펌프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다이레이저의 출력은 펌프 역할을 담당하는 레이저의 출력에 달려있어서 연속파 레이저를 펌프로 이용하면 출력이 약한 레이저가 나오지만, 고압 크세논아크 섬광램프 같은 박동성 펌프를 사용하면 강한 출력와 짧은 펄스기간의 레이저가 방출되어 발색단에 선택광선열융해를 일으킬 수 있게 된다.
b. 기체 매질
레이저 매질이 기체인 경우로는 기체 원자 레이저와 기체 분자 레이저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헬륨네온, 아르곤, 크립톤 레이저와 같은 기체 원자 레이저는 기체 분자 레이저인 이산화탄소, 불화수소, 질소분자 레이저 등과 더불어 기체 레이저의 주를 이룬다.
원자 레이저란 매질을 구성하는 원자 중 하나의 원자에 상위 및 하위 레이저 준위가 서로 다른 전자 준위로서 존재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표적인 기체 원자 레이저인 헬륨네온레이저에서는 네온 원자들이 레이저 매질이고 헬륨 원자들은 펌핑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기체 원자 레이저들은 주로 가시광선에서 근적외선 범위의 파장을 갖는 레이저광을 방출하며, 주로 전기방전에 의해 펌핑된다.
기체 분자 레이저에서 분자들은 서로 다른 전자 구조와 관련한 에너지 준위들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회전 및 진동 상태들에 상응하는 에너지 준위들을 가진다. 기체 분자 이득매질의 상위 및 하위 준위들은 보통 바닥 전자 상태의 서로 다른 진동-회전 상태들에 해당하며, 보통 이러한 진동-회전 상태들의 에너지 차이는 매우 작아서 방출되는 빛은 중적외선(mid-infrared) 범위이다.
사진 3-6-C-8. 기체 매질이 들어 있는 CO₂레이저 튜브 |
대표적인 기체 분자 레이저인 CO₂레이저의 경우, CO₂분자와 전자와의 충돌에서 상위 준위에의 비탄성충돌의 단면적이 하위 준위에의 그것에 비해 크므로, 순수 CO₂만을 매질로 사용하고 방전을 통해 밀도반전을 얻을 수 있어 레이저 발진이 가능하다. 이처럼 CO₂레이저의 발진은 순수한 CO₂로 얻을 수 있겠으나 매우 미약하다. 그러므로 CO₂레이저에서 N₂와 He 가스를 혼합하여 사용하면 출력이 크게 증가한다. 여기에서 N₂의 역할은 CO₂분자를 공명에너지전이(resonance energy transfer)에 의하여 들뜨게 하여 밀도반전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He의 역할은 레이저 발진 천이의 하위 준위를 빨리 이완시켜서 역시 밀도반전을 증가시키고 레이저 플라즈마 관벽으로의 열전도를 도와서 효율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CO₂레이저는 가장 유용하고 효율적인 레이저 중의 하나로 주로 전기방전에 의해 펌핑된다.
c. 고체 매질
사진 3-6-C-9. 고체 매질인 엔디야그 크리스탈 로드 |
레이저 매질이 고체인 경우는 에너지 인가가 용이하고 수명이 비교적 길다는 장점이 있으며, 강도가 높은 레이저 발진이 가능하다. 대개 투명한 호스트 물질에 레이저 원자 종이 첨가된 형태의 매질이 사용된다. 고체 매질을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레이저는 Nd:YAG 레이저로 이트륨-알루미늄-가넷(YAG) 호스트 결정 내의 이트륨(Y) 원자의 자리 중 1% 정도를 네오디뮴(Nd) 원자가 대체한 결정 구조를 가진다. Nd:YAG의 레이저 주 매질은 YAG인 반면, 레이저 원자들은 3가 Nd 이온들이다.
고체 레이저들은 주로 근적외선 파장 대역에서 발진하는데, 엔디야그레이저는 1,064nm의 파장에서 레이저 출력을 갖는다. 엔디야그시스템은 고출력, 우수한 빔 특성, 연속파 출력 그리고 모드잠금이나 큐스위칭이 가능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또한, 출력광의 주파수 배가(frequency doubling)에 의해 532nm에서의 결맞는 광을 얻을 수 있다. 고체 레이저는 주로 섬광램프의 펄스나 다른 레이저를 이용하여 광펌핑한다. 특히 반도체레이저의 어레이(array)를 펌핑 광원으로 하는 효율적이고 휴대성이 우수한 엔디야드레이저가 사용 가능하다. 엔디야그레이저 외에도 루비, 알렉산드라이트, 어븀야그 레이저 등이 고체 매질을 이용한다.
d. 반도체
반도체레이저 또는 다이오드레이저는 원자나 분자 이득 매질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득 매질을 갖는다. 반도체레이저는 p-n 접합 구조로 한 쌍의 벽개면이 공진기의 되먹임이 가능하도록 하는 반사면 역할을 한다. 반도체레이저의 중요하고도 우수한 특징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작은 크기, 높은 효율 그리고 많은 응용에 필요한 다양한 파장의 소자들의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반도체레이저의 광출력은 다이오드를 펌핑하기 위한 주입 전류의 변화를 통해 손쉽게 변조될 수 있다.
효율이 높은 다이오드는 간단한 p-n 접합 소자보다 복잡한 다층구조를 가지며, 반도체레이저를 어레이로 구성하면 비교적 높은 평균 광출력을 갖는 소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작고 비대칭적인 출력 구경으로 인해 발산 각이 크고 비대칭적인 출력 빔을 얻는 결점이 있어, 반도체레이저의 출력 빔은 광섬유에 직접 광 결합을 하거나 짧은 초점거리를 갖는 렌즈를 이용하여 시준(collimation)해야 한다. 또한, 반도체레이저의 출력을 안정적인 단일 모드 출력으로 제한하기 어려우며, 엔디야그나 헬륨네온레이저 등과 같은 레이저시스템과 비교하여 결맞음 길이가 더 짧다는 단점이 있다.
그림 3-6-C-10. 전류 주입으로 펌핑되는 간단한 p-n 접합 구조의 반도체레이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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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의 구조와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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