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레이저광의 파장
전자기파 스펙트럼에는 파장이 매우 긴 라디오파로부터 파장이 매우 짧은 감마선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전자기파가 존재한다. 지상에 도달하는 태양광선도 기본적으로 전자기파이다. 전자기파는 빛의 속도(진공에서 299,792,458m/sec)로 여행하는 광자(photon)로 구성된 에너지의 한 형태로서, 각각의 광자는 파장과 주파수(진동수)를 가지고 있는 파동의 형태로 존재하는 작은 에너지의 꾸러미이다. 광자가 지닌 에너지는 파장에 반비례하여 광자의 파장이 길면 길수록 에너지는 낮아지고 짧으면 짧을수록 에너지가 높아진다.
그런데 높은 에너지의 전하를 띤 입자나 복사에너지가 물질을 통과할 때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로부터 전자를 분리시키는 이온화가 일어난다. 전자처럼 전하를 띤 입자들은 에너지가 높기 때문에 물질을 통과하는 경로를 따라 이온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또한, 전하를 띤 입자는 아니지만, 고에너지의 복사에너지인 감마선이나 엑스선과 같은 광자 펄스는 광전효과나 콤프턴효과 등을 통해 원자나 분자로부터 전자를 방출해 이온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분자나 원자에서 전자를 이탈시킴으로써 양이온과 자유전자를 만들 수 있는 전자기파를 이온화 복사(전리 방사선, ionizing radiation)라고 한다.
복사에너지를 이온화 복사에너지와 비이온화 복사에너지로 나누는 기준은 복사에너지가 물질에 흡수되었을 때 이온화를 유발할 정도로 그 에너지가 높은가, 그렇지 않은가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경계가 모호한데, 분자나 원자를 이온화시키는 데 필요한 이온화 에너지가 물질을 이루는 분자나 원자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온화 복사에너지를 정의할 때 수소나 산소가 이온화되는 에너지인 14eV를 참고하여 10eV를 기준으로 삼거나, 공기를 투과하면서 이온화시킬 수 있는 33eV 또는 탄소와 탄소 결합을 깰 수 있는 4.9eV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러한 기준에 해당하는 광자의 파장은 각각 124nm, 38nm, 250nm로 대부분 자외선 영역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자외선보다 에너지가 높은 감마선과 엑스선은 논란의 여지없이 이온화 복사에너지로 분류되지만, 자외선은 반응하는 물질에 따라 이온화 또는 비이온화 복사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
자외선은 10nm에서 400nm의 파장대를 가지는 복사에너지이다. 10~200nm 파장의 자외선은 공기분자에 의해 흡수되어 이온화를 유발하면서 곧 소멸하는 진공 자외선(vacuum ultraviolet ray)으로 분류되며, 100~280nm의 단파장 자외선인 UVC는 대기권의 산소에 흡수되어 오존을 형성하며, 이 오존은 지표에 도달하는 전자기파 복사에서 UVB와 UVC를 필터링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프레온가스로 불리는 CFC(chlorofluorocarbon) 화합물에 의한 오존층 고갈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290nm보다 짧은 파장의 자외선은 살균력이 있으며, 파장이 짧을수록 입자성이 강해진다.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자외선은 280~315nm(UVB)와 315~400nm(UVA) 파장에 해당하는 복사에너지로 태양광에 포함되어 지상으로 복사된다. 중파장 자외선인 UVB는 오존에 흡수되므로 결과적으로 태양광에 포함된 자외선의 99%는 대기권의 공기와 오존에 흡수되며, 기상 조건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지상까지 전달되는 자외선의 95%는 장파장의 UVA에 해당된다. UVA의 에너지는 3.1~3.94eV로 이온화 복사에너지의 분류기준보다 낮아 직접적으로 생체 분자의 이온화를 유발하지 못하며, 암 발생에 결정적인 DNA 분자의 직접적인 손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UVB는 3.94~4.43eV의 에너지를 가지지만 DNA에 직접적인 손상을 주기보다는 활성산소종과 같은 자유라디칼에 의한 이차적인 손상을 일으킨다. 에너지가 높은 단파장의 UVC는 이온화 복사에너지로 분류되고 생체 분자의 이온화를 일으키며, DNA에 직접적인 손상을 유발하여 돌연변이나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인류는 항상 태양의 복사에너지에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중 라디오파, 마이크로파, 적외선, 가시광선과 자외선 일부 만이 대기권에 흡수되지 않고 지표면에 도달한다. 감마선이나 엑스선 그리고 단파장의 자외선과 같은 고에너지 광자의 경우에는 원자를 깨뜨리거나 분자의 화학결합을 무너뜨릴 수 있다. 반면에 라디오파나 마이크로파 그리고 적외선과 가시광선 등과 같은 저에너지 광자들은 이온화를 유발하지 못하며, 들뜬 상태로 만들거나 가열시키는 정도만 가능하다. 적외선과 가시광선 그리고 자외선 등의 광선에 속하는 광자들은 매질과 접촉하면 굴절되거나 투과 또는 흡수되는데, 인체의 조직은 일반적으로 가시광선보다는 800~1,200nm의 적외선을 더 잘 투과시킨다. 조직에 들어간 광자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모두 매질에 전달하고 소멸하는데, 이때 전달된 에너지는 대부분 열로 변환된다.
따라서 어떤 물체가 고출력의 복사에너지에 부딪히면 높은 열이 발생하므로 높은 출력의 광선을 작은 영역에 집중시키면 복사에너지의 흡수가 대단히 커서 물체를 태우거나 증발시켜 버릴 수 있고 이러한 원리가 의료용 레이저에도 적용되고 있다. 의료용 레이저의 파장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시광선 영역이거나 적외선 중 짧은 근적외선 영역에 속한다. 예컨대, 가시광선 영역의 파장을 가진 레이저는 아르곤레이저(488nm, 514.5nm), KTP레이저(532nm), 펄스색소레이저(585nm, 595nm, 600nm), 루비레이저(694nm), 구리증기레이저(511nm, 578nm), 크립톤레이저(521nm, 530nm, 568nm), 알렉산드라이트레이저(755nm) 등이고, 적외선 영역의 파장을 가진 레이저로는 다이오드레이저(800nm, 1,450nm), 엔디야그레이저(1,064nm, 1,320nm), 어븀글라스레이저(1,550nm), 어븀야그레이저(2,940nm), CO₂레이저(10,600nm) 등이 흔히 사용된다.
전자기파 에너지가 가지고 있는 투과력은 각 전자기파의 파장에 따라 매우 달라서, 레이저의 파장이 그 레이저의 특징을 결정한다. 가시광선은 다만 유리를 통과할 수 있지만, 감마선과 엑스선은 파장이 매우 짧으며 입자가 조밀하게 응집되고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피부뿐만이 아니라 깊은 조직까지 침투하며 이온화를 유발하고, 인체 단백질을 변성시키며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암 발생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용 레이저광은 이보다 긴 파장으로 이온화를 일으키지 않으며 인체를 투과하지 못하고 발암성이 없다.
현재 수천 가지 다른 형태의 레이저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다양한 파장의 가시광선과 적외선 또는 자외선의 레이저 광선을 방출한다. 일반적으로 한 종류의 레이저는 독특한 하나의 파장을 가지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일정한 범위 내에서 파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파장을 바꿀 수도 있고, 심지어 작동 중에도 파장을 바꿀 수 있는 가변파장 레이저도 개발되어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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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의 구조와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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