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빛의 이중성
빛의 이중성(duality of light)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은 ‘빛이 경우에 따라 파동 또는 입자로 보이는 성질. 파동성과 입자성의 이중성을 띠지만 두 성질이 동시에 관측되지는 않는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고전적으로 물리적 대상은 입자 또는 파동으로 구별되며, 입자와 파동은 서로 배타적인 두 개념을 나타낸다. 입자가 매우 작은 에너지 응집체라면, 파동은 반대로 물리적 실체가 존재하는 공간에 넓게 퍼져 나타나는 에너지에 해당한다.
이 두 개념을 정보 교환의 수단인 편지와 전화를 비유해 설명한 문헌에 의하면, 편지는 정보를 직접 한 지점에서 또 다른 지점으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상대방이 받는 정보는 바로 내가 쓴 그것이다. 반면에 전화는 내가 만든 소리 그 자체가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고 단지 내 소리가 상대방의 수화기에서 재생될 뿐으로, 편지가 입자의 관점을 나타낸다면, 전화는 파동의 관점을 나타낸다고 하였다.
Zajonc은 2003년 10월 미국광학회의 Optics & Photonics News에 실린 'Light Reconsidered'라는 제목의 글 서두에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빛은 일상생활에서 분명하게 보이지만, 빛의 본질은 수백 년 동안 아직도 쉽게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Einstein도 거의 말년에 "50년 동안 신중하게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광자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답을 구하지 못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우리는 Einstein처럼 빛에 대해서는 여전히 '학문적 무지' 상태인 것이다.
빛의 물리적 성질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의 역사는 과학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 중 하나이다. 현대과학의 태동기 이래로 서로 모순된 모델로서 빛은 입자 또는 파동 중 하나로 그려졌고, 혼란과 좌절의 역사를 겪었다. 비록 입자를 정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입자는 직관적으로 형상화될 수 있고, 파동도 매질을 통해 형상화될 수 있다. 하지만 파동의 형상화는 빛에 이르러 그 의미를 상실하는데, 빛은 매질을 필요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빛을 전달하는 매질을 찾고자 노력하였고, 이러한 시도는 물리학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은 우리에게 나타나는 물리적인 실체이고, 지금 이 시각에도 먼 우주계로부터 오는 신호가 검출되기도 한다.
빛에 대한 두 관점인 입자와 파동은 물리학의 발전과 그 역사를 같이 하며, 이 두 가지 모델 각각은 과학 분야에서 모두 황금시대를 구가하기도 하였다. 20세기가 되자 어느 정도 빛은 파동과 입자 모두라는 것이 명백해졌지만, 여전히 빛은 정확히 둘 중 어느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 빛에 대해 이러한 두 개념이 얽힌 상태를 파동-입자의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이라고 하였으나, 빛의 본질에 대한 이러한 모순적인 모델은 우리 시대의 위대한 과학적 사고의 동기가 되기도 하였다. 공식적인 개념에서 이는 물리학에서 가장 성공적인 이론체계로 평가되는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양자전기역학이란 전기를 띤 입자와 전자기장으로 이루어지는 계(系)를 상대론적인 양자장론으로 나누는 이론으로, 전자를 비롯한 하전 입자와 전자기장으로 된 미시적인 계를 지배하는 역학 체계이다. 이는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대한 양자역학적인 이론체계로서, 1965년 양자전기역학의 기초를 수립한 공로로 Tomonaga, Schwinger 그리고 Feynman 세 사람에게 노벨 물리학상이 수여되었다. 이로써 오랜 기간 논쟁의 대상이었던 빛의 파동-입자의 이중성에 대하여 종지부를 찍는 것 같았지만, 빛이 행동하는 규칙은 제공하였으나 빛의 실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했다는 문제를 남겼다.
많은 과학자들은 아직도 빛의 성질을 쉽게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빛을 형상화하는 데는 방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며, 더구나 이미 구축되어 있는 물리적 틀 내에서 기존의 현상과 의미를 포함하면서 새로운 형상을 추구하는 것은 훨씬 힘든 일이다. 아마도 파동과 입자의 두 상반된 개념을 가지고 빛을 형상화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사진 3-2-1. Hoffmann의 <The strange story of the quantum> 표지 |
They could but make the best of it, and went around with woebegone faces sadly complaining that on Mondays, Wednesdays, and Fridays they must look on light as a wave; on Tuesdays, Thursdays, and Saturdays, as a particle. On Sundays they simply prayed.
"그들은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는 빛을 파동으로 보아야 하고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에는 빛을 입자로 보아야 하며 일요일에는 단순히 기도만 하는 것으로 투덜거리면서 이 문제를 잘 해결하였지만, 여전히 비통한 얼굴을 하면서 되돌아갔다." -베네쉬 호프만-
1947년 Hoffmann이 저술한 양자 세계에 대한 대중적인 입문서였던 <The strange story of the quantum>에 소개된 양자(quantum)라는 단어는 빛의 성질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론들을 이제 막 접하기 시작한 수많은 독자에게서 각광을 받아왔다. 구별이 불가능한 파동-입자라는 쌍둥이에 대한 놀랍고 유익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빛의 실제 성질에 대해 그 시대에 느꼈던 좌절의 정도를 이렇게 멋지게 기술하였던 것이다. 그 후 거의 70년이 넘은 요즈음에도 이 '구별이 불가능한 쌍둥이'에 대한 퍼즐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빛이란 무엇인가?
빛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시각 신경을 자극하여 물체를 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전자기파‘이지만, 이 표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분명히 빛은 전자기파라고 하는 파동이지만, 이에는 입자의 성질도 포함되어 있다. 즉, 빛은 파동으로서의 성질과 입자로서의 성질 모두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빛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빛이란 파동적 입자이다‘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2. 김기식. 빛의 이중성. 한국광학회지 1993; 4 (1): 120-31.
3. 다니코시 긴지. 레이저의 기초와 응용. 일진사 2014: 18-9.
*1. Feynman RP. QED: The Strange Theory of Light and Matter.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85.
*2. Feynman RP. Quantum Electrodynamics. Taylor & Francis Inc 1998.
*3. Hoffmann B. The strange story of the quantum. Dover Publications 1947: 42.
*4. Pedrotti FL, Pedrotti LS, Pedrotti LM. Introduction to optics. 3rd Edition. Addison-Wesley 2006: 1-2.
*5. Zajonc A. Light Reconsidered. Optics & Photonics News 2003; 14 (10): S2-S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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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의 구조와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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